魔王

[테레시아의 녹음집]

 

 

항해 기념

 

클로저가 준 이 축음기... 사용법은... 아, 어... 이게 맞나? 흠흠. 잘 들릴까? 오늘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공식적인 첫 항해 날이야. 너무 기쁜 거 있지. 생각해보면 처음 주웠을 때 이건 크기가 크긴 했어도 무척 너덜너덜했지. 클로저도 굉장하고, 도와준 켈시에게도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멈춰있던 엔진 돌아가기 시작할 때, 갑판에서는 발 밑에서도 진동이 느껴졌어. 황야에 저물어가는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고 불타는 듯한 하늘에서는 버든비스트가 우리 항해의 친구가 되어주었어. 운전도 아주 부드러워서 즐거운 기억이었어. 로도스 아일랜드. 정말 좋은 이름이야. 지금부터 많은 사람들의 집이 되어주겠지. ...어라? '메모리가 부족합니다' 라니... 무슨...?

 

 

OI-52 실험 후

 

새로운 광석병 치료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어. 모두의 앞에서 나는 침착한 척을 할 수 밖에 없었어. 켈시는 이전부터 이 실험의 성공률은 매우 낮다고 했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 잔뜩 기대를 걸게 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광석병이 불치병이 아니게 된다면 카즈델은 어떻게 될까? 이 대지는  어떻게 변할까? 태어나자마자 시한부 선고를 받는 아이는 없어지겠지. 아이와 부모님의 행복함도, 그 때는 사치가 아니게 될 거야. 그뿐 만이 아니야. 그 부부의 부모님에게도... 감염자의 삶은 너무나도 짧아. 만일 주어진 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서 이 대지를 돌아볼 수만 있다면... 있지, 켈시. 이 꿈은 언제쯤이면 현실이 되는걸까?

 

 

잠들 수 없는 밤

 

최근에는 입원하는 환자들이 늘어서 병실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 이럴 때마다 항상 배가 조금이라도 더 컸으면 하고 생각하게 되지만 클로저가 툭하면 밤을 새면서 공사를 하고 있으니까 이 이상을 바라면 안 되겠지. 최근 로도스 아일랜드에 온 환자 중에는 어린 아이들이 너무 많아. 이 대지는 어리다고 해서 특별히 자비를 베푸는 일은 없어.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라도 변함없는 희망이야. 문제는 이 배에는 아이들을 잘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별로 없어. 아이들은 분명 귀엽긴 하지만 말을 안 듣는 때는... 곤란해지거든. 거기다 아스카론마저 점점 자기 몸을 잘 안 돌보게 되어서... 으앗, 아스카론? 왜 거기에... 아니, 너를 부른 게 아니야.

 

 

다음 계절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올해 겨울은 물자 보급이 어려울 것 같아. 근처의 마을은 어딜 가나 흉작이라서 카즈델 시내의 상황이 걱정 돼. 하지만 갑판에서 눈으로 장난치고 있는 모두를 보면 역시 눈은 싫어할 수가 없는 것 같아. 저녁쯤이 되니까 갑판은 눈사람으로 가득 찼어. 아쉽게도 엔진이 돌아가면 금방 녹아버리지만... 사미의 북쪽에는 절대로 녹지 않는 눈이 있는 빙원이 있대. 사이클롭스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 아미야? 이제 잘 시간이잖아? 배가 고팠어? 나도 조금 고팠는데. 우리 슬쩍 식당에 가서 아직 야채 팬케이크가 남아있는지 보고 올까?

 

 

우리들의 집

 

PLAY 개인실 3, 바벨 1093/12/21 22:37 

후후, 아미야는 자면서도 귀를 움직이네. 아미야, 상의하지도 않고 멋대로 정해버려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분명 네가 싫어하는 미래를 바꿀 수 있을거야. 나는 그렇게 믿고 있어. 나는 가끔 생각해. 너는 누구와 걷고 어떤 미래를 고르게 될까. 바벨은 너희들의 따듯한 집이 될거야. 여로에서 주운 불꽃은 분명 언젠가 많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게 되겠지. 아미야, 나는 남은 시간을 너와 같이 보낼거야. 너의 성장과 함께 이 대지를 돌아보고 싶어. 하암... 조금 피곤하다. 아미야, 침대를 같이 쓰도록 할게. 잘 자렴, 아미야......

 

 

히든 대사

 

박사. 언젠가부터 이 배에서 함께 지내게 된 시간도 꽤 길어졌네. 너는 자신을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 곁에 와준 걸 기쁘게 여기고 있어. 나는 네가 있던 시대를 직접 볼 순 없었지만 그 시절의 사람들은 재앙에 영향받지도 광석병으로 고통받지도 않고, 말과 생각을 바로 전할 수 있었던 모양이구나. 틀림없이 아름다운 때였겠지. 하지만 혼자서 만 년의 세월을 견디는 여행길에 오른 의지가 있는 너라면... 너는 분명 이 대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거겠지. 앞으로도 부디 아미야와 켈시를 곁에서 잘 지켜줘, 박사. 다시 한 번 이 세계를 사랑하고 한 번 더 희망과 미래를 선택해줄거라고 믿고 있어. 

박사. 고마워. 

album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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